수안마을 고문서 디지털 아카이빙은 31개 종류에 달하는 서류에서 시작한다. 2018년 수안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사업을 하던 중 수기로 작성한 서류들을 발견했다. 70년대 새마을 운동 앨범, 73년 연쇄점 운영요강, 74년 지붕개량사업, 74년 한우사육 소득증대사업, 74년 소하천정비사업, 75년 소득증대 육성우사업, 75년도로정비사업, 78년 소하천정비사업, 75년 이장 인계서, 75~76년 통일벼 양곡수납증 묶음, 75년 새마을 체육대회 분담금 영수증, 76년 영수서 및 인수증 묶음, 77년 한국농촌문화연구회 경남지회 서신, 년도미상인 농가별토지대장, 86년~91년까지 농지원부, 90~91년까지 마을회관 건립사업개요 및 공사비 찬조금 제반 입출금 일지, 90년도 마을회관 건립 찬조 명부, 90년도 마을회관 건립 금전 출납부 등의 서류들을 발견한 것이다. 사업정산서류, 사업관리카드, 사업관리대장, 설계서, 작업일지, 출역부, 취로카드, 영수증, 계약서, 기록부, 통장, 앨범, 정관, 인계서, 홍보문, 출납부, 찬조명부 등에는 당시 마을사업, 마을운영에 관한 정보가 있었고 황금색으로 빛바랜 종이 위에 한줄한줄 써 내려간 글씨에는 마을살이에 대한 단서, 메시지들이 담겨 있었다.
이 자료들은 사업에 관한 단순한 기록이 아닌 기록문화로 설정하고 수안마을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을 시작했다. 기록에 담긴 정보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록을 만든 이유는 무엇이며 그 기록을 통해 마을살이를 만들어온 방식은 무엇인가를 추정하고 해석하는 작업도 염두에 두면서 아카이빙 자료를 분류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전체 자료에서 74년과 75년 자료들이 유독 많은 편이다. 그리고 “75년에 수안마을은 당시 김해군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되었고 집집마다 매실나무를 김해군으로부터 하사받았다고 한다.” 큰따옴표의 내용은 과거의 문서기록이 아닌 현재의 구술기록이다. 증언하는 사람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수안사람의 기록은 수안사람들이 마을을 돌보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에너지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 문서기록과 구술기록 사이에 연관성은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하기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날 수 있다. 수안마을 디지털 아카이빙은 이렇게 첫발을 성큼 내디뎠다. 자료들의 신빙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며 합리적인 분류기준을 만들고 이 정보에 담긴 수안문화, 마을살이의 힘을 읽고 해석하려 시도하면서….
수안마을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 측에서는 기록자료의 정보가치와 공유도를 높이고 기록물에 기록된 행간의 의미를 해석해 내면서 사람들이 친근하고 편리하게 기록물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디지털 공간이 가진 하이퍼링크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관람자가 느끼는 흥미요소에 따라 직접 내용을 재구성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페이지마다 하단에 썸네일들을 두어 어느 페이지로든 갈 수 있도록 했다. 또 기록물에 미처 기록되지 못한 내용을 당사자의 입을 통해 직접들을 수 있는 구술자료도 추가해 두었다. 예를 들어 하천개수공사와 관련해 “인부 60명이 노임 지급이 정산서류 미비로 지출에 어려움이 있어서 마을지도자의 사비로 선지급하기로 합의(▶인터뷰보기)”했다는 회의기록 내용에 마을지도자의 인터뷰 링크를 연결해 관람자에게 현장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아카이빙은 과거에 있었던 기록을 다시 기록하는 작업이다. 기록에는 정보와 메시지가 있다. 그러니 아카이빙은 과거의 기록에서 정보를 읽어내고 메시지를 해석하고 이를 다시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아카이브를 통해 과거의 한때를 담은 기록물에 현재의 상상력을 더해 미래의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공유‧확산할 때 아카이브는 우리에게 상서로운 문화사건이 된다. 과거의 기록이 현재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화, 향후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할 문화에 대한 꿀팁을 전언해 주는 것이다. 수안마을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을 문화적 사건으로 만들 때, 수안마을의 기록물에서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꿀팁은 무엇일까? 이제 출발했으니 몇 발짝이라도 더 가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좀 더 걸어야 한다. (글/ 이수진)